#5. 올림픽 정신 회복을 위한 의미있는 제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는 올림피즘(Olympism)이라는 코너가 있다. 올림픽 정신을 소개해 놓은 곳이다. 메인 화면에는 스포츠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그 옆에는 운동선수가 그려진 지구본 모양이 자리하고 있다.





 올림피즘은 3가지 가치에 바탕을 둔다. ▲Excellence ▲Friendship ▲Respect다. 그리고 이런 3대 가치는 6가지 행동 영역에서 현실화된다. 6가지 행동 영역은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 for all) ▲스포츠를 통한 발전(Development through sport) ▲스포츠를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sport) ▲여성과 스포츠(Women and sport) ▲스포츠를 통한 평화(Peace through sport) ▲스포츠와 환경(Sport and Environment)이다. 그리고 IOC는 이 같은 올림피즘이 IOC가 구현하고 싶은 이상이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철칙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는 많은 부분이 그렇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올림피즘의 3대 가치>


 지금 올림픽은 올림피즘과 거리감이 느껴진다. 냉전시대에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저마나 힘을 겨루는 장이었다. 과거와는 다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도 올림픽은 국가 간 경쟁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여전히 올림픽의 근간이 된 셈이다. 올림픽 종목도 서방국가에서 주로 행해지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제력이 약한 나라, 인구가 적은 나라, 또 국제사회에서 소외된 약소국이 즐기는 스포츠는 올림픽 무대에서는 무시되는 게 다반사다. IOC 스스로 밝힌 ‘Encourage and support the development of sport for all’이라는 자기 역할과는 괴리감이 있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최근 올림픽은 지나치게 상업화돼 있다. 각국이 원하는 이미지만 골라서 살 수 있는 만들어진 올림픽 중계권, 천문학적으로 비싼 협찬금을 받고 올림픽 로고 등에 대한 배타적인 이용권을 파는 스폰서 계약이 그렇다. 상업화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인정해야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어쨌든 올림피즘에는 상당히 위배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떻게 IOC가 ‘Oppose any political or commercial abuse of sport and athletes’를 자신의 주요 역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지 기이할 정도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상업적인 보도를 비꼰 삽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올림피즘을 회복할 수 있을까. 스포츠 사회학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Jay Coakley 교수는 얼핏 듣기에는 다소 엉뚱할 수도 있지만 올림픽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몇 가지를 제안했다. Jay Coakley는 “올림픽은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올림픽은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처럼 누가 돈을 가장 많이 버느냐는 문제가 됐다” “고대 올림픽이 탐욕과 부패 때문에 사라진 것처럼 지금 올림픽도 똑같은 이유로 사라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Jay Coakley는 “IOC는 우정과 평화에 관한 미사여구가 가득한 보도 자료를 출간하지만 문화적인 이해와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 육성에 대한 지원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는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미국남자농구팀 드림팀 일원인 찰스 바클리도 “올림픽이 끝나도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해질 것이고 인종주의와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Jay Coakley는 “이 모든 게 올림픽이 변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올림픽에서 이뤄져야할 9가지 변화를 제시했다.


①선수들을 구분하는 국가 유니폼을 없애라. 대신 선수들에게 세계 각국의 문화적인 주제를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유니폼 중 하나를 골라 입게 하자.

②선수들이 국가별이 아니라 종목별로 입장하게 하자. 이렇게 하면 우연히 태어난 민족과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화합을 강조할 수 있다.

③시상식 때 국가 연주와 국기 게양을 없애자. 메달은 특정 국가의 우월성이 아니라 글로벌 통합을 상징하는 게 옳다.

④메달 집계를 위한 공정한 방법을 개발하라. 지금과 같은 메달 집계는 올림피즘에 위배된다. 메달집계는 맹목적인 애국주의를 조장하고 선수들의 노력을 결과로 구분하는 것이며 스포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강대국들에게 또 다른 큰 혜택을 주는 것과 같다.




⑤단체 스포츠를 없애거나 개정하라. 국가별로 팀을 조직하는 것은 상대를 적으로 구분하는 것과 같다. 다른 나라에서 온 선수들과 합해 팀을 구성하면 인류의 국제적인 통합을 강조하고 타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⑥경기가 열리는 지역의 토착 스포츠를 시범경기에 포함시키자. 그리고 IOC는 중계권을 구입하는 방송국에게 이 같은 토착스포츠를 의무적으로 방송하는 규정을 만들어야한다.

⑦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여러 곳을 사용하라. 한 나라에서 올림픽을 치르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또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때도 3개 대회를 묶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라. 개발도상국가도 대회를 유치할 수 있고 세계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말이다.

⑧미디어 보도에 글로벌 책임을 강조하라. 방송 시간 중 일정 부분을 사회 정의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운동선수, 그런 일을 하는 비영리 조직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배정하라.

⑨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합하라. 올림픽 운동에는 스포츠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것 이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켜야한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공동으로 개최해 개막식과 폐막식을 같이 열고 두 게임 모두 같은 메달을 수여하며 두 대회를 따로 구분하지 말고 둘을 합해 그냥 ‘올림픽’이라고 부르자.


 얼핏 듣기에는 너무 엉뚱하고 너무 이상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제안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올림픽이 거대 기업들에 의해 너무 상업화된 데다 올림픽 메달 획득이 강대국의 파워게임의 단계로 들어선 지금에는 나름대로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다.
Jay Coakley의 말처럼 올림픽의 변화하는 시발점으로 ‘좀 더 빠르게, 좀 더 높게, 좀 더 강하게’라는 전통적인 올림픽 모토를 버리고 ‘탁월함(Excellence), 통합(Unity), 평화(Peace)’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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