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프로축구(K리그), 해외축구의 고공폭격 속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K리그는 현재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3년 승강제 도입을 앞두고 리그 개편작업이 한창이다. & 다운 시스템 없이 지내온 과거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K리그를 어떻게 나눌지, 최상위 리그는 몇 개팀으로 꾸릴지 등 세부사항만 결정되면 된다.

 현재 우리 안방에는 세계 최고 축구판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로축구 등 유럽축구가 고스란히 생중계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해외축구가 고공에서 K리그를 폭격하고 있다고 묘사한다. 우리 팬들은 유럽 프로팀의 놀라운 기량에 매료됐다. 그러는 동안 K리그는 승부조작, 그라운드 폭동 등 적잖은 추문 속에 외면당해왔다. “재미없는 K리그, 왜 보냐는 말까지 나온다. K리그가 내외부적으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K리그가 회생할 수 있을까. 적잖은 사람들의 말처럼 EPL를 따라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K리그만의 생존전략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EPLK리그를 비교해 단기적인 K리그의 생존법을 찾아본다.

 

 ■EPL 출범 배경

 1992EPL 출범전, 잉글랜드 축구계는 훌리건 폭동, 낙후된 경기장으로 인한 붕괴 사고 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헤이젤 참사로 인해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되면서 국내축구계 분위기도 바닥을 쳤다. 게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이른바 명문클럽들은 중계권료 균등배분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때 나온 게 EPL이다. 테일러 프로그램 시행 위성방송 B스카이B의 공격적인 운영이 출범의 주요 배경이 됐다.

 테일러 프로그램으로 경기장 시설이 개선됐고 모두 좌석제가 됐다. 폭동, 사고가 줄어들면서 관중이 몰렸다. B스카이B는 위성중계사업 확장을 위한 컨텐츠로 축구를 선택한 뒤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소위 명문클럽들이 모인 EPL에 거액의 중계권을 약속한 것이다. 1990년에는 1985년 헤이젤 참사로 인한 잉글랜드클럽의 국제대회 출전조치가 해제됐고 그 해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4강에 올랐다. 국내외 상황이 모두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EPL은 산뜻하게 첫발을 내디뎠다.

 

 ■EPL, 해외에 문호를 개방하다.

 EPL은 해외 선수, 해외 감독, 해외자본에 문을 활짝 열었다. 199220.8%인 외국인 선수 비율이 200760.2%로 치솟았다. 2007EPL 20개팀 중 외국인 감독은 11명이었다. 외국인력이 들어오면서 킥 앤드 러시로 대표된 잉글랜드 축구가 재미있어졌다. 스피드, 기술, 체력 등을 겸비한 세계 최고 선수들의 집합소가 된 셈이다. 게다가 외국자본까지 들어오면서 외국인이 운영하는 EPL 구단도 절반 안팎이 됐다.

 이 때 EPL은 신속하게 산업화를 꾀한다. 중계권 분할 방식을 기존 균등방식에다가 성적, TV중계횟수 등에 따른 차등배분방식을 가미했다. EPL팀은 중계권수익만으로 구단별 평균 500억원을 가져간다. 소규모 EPL 구단 1년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액수다. EPL 구단은 주식회사로 변모했고 주식시장에도 상장했다. 동시에 EPL은 해외로 눈을 돌린다. EPL은 포화된 잉글랜드 시장을 넘어 유럽으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아시아에서 북미로 시장을 넓혔다. 초기에는 저가로 중계권을 팔더니 해당국가 스타 영입, 방문 경기, 해외 스폰서 물색 등을 통해 중계권을 가파르게 끌어올려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 게 세계축구시장을 정복한 수순이다. 동네 남자들이 모여서 치고 박고 싸우던 잉글랜드 축구가 전 세계를 상대로 큰 돈을 버는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변모했다.

 

 ■EPL 위협요인과 향후 전망

 EPL도 문제는 많다. 클럽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현저해졌다. 성적을 내야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원인이다. 빅 클럽을 따라잡기 위해 능력을 넘는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도산하는 클럽이 생겼다. 리즈 유나이티드, 포츠머스가 대표적이다. 또 클럽들은 좀 더 많은 입장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앞 다투어 대형경기장을 지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입장권 인상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EPL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현금유동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중국, 인도, 멕시코 등이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할 여지도 충분하다. 향후 거대변수만 컨트롤하면 큰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 이미 유입돼 있는 대규모 해외자본이 급속하게 이탈할 경우 등 잠재적인 재정적인 불안요소만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EPL의 생명력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 같다.

 

 ■K리그 출범 배경

 EPL은 철저하게 축구 자체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출범한 반면 K리그는 사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시작됐다고 봐야한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예선탈락한 뒤 높아진 자성의 목소리도 K리그 출범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게 결정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민중의 불평불만을 분산시키기 위한 3S정책의 하나로 정권에서 고안해낸 게 프로축구 출범이다. 축구가 오랫동안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오면서 사회적, 문화적 요구에 따라 출범한 EPL과는 달리 K리그의 시작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준비도 미비했다. K리그는 아시안게임 불과 1년 만인 1983년 출범했다. 프로 2개 팀, 실업 3개 팀이 싸우는 기형적인 형태였다. 철저한 준비 없는 즉흥적인 시작. 아시아 최초 프로축구리그라는 것은 허울에 불과했다.

 

 

 

 ■K리그 혼돈, 불안정의 연속

 K리그는 불안정했다. 대회 방식은 자주 변했고 승부조작, 지도자 및 선수 폭행, 심판 문제, 용병비리가 불거지면서 대중적인 신뢰도 잃었다. 프로구단이 모기업 홍보수단으로 전락하면서 행정력은 약해졌고 경기력은 우물안 개구리 수준에 머물렀다. 모기업, 지자체 지원금에 의존하는 경향은 여전했다. 다른 수익은 미비했고 수익원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조차 거의 없었다. 폐쇄적인 비밀 행정 속에 팬, 언론은 조금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구단은 성적에만 얽매였다. 모기업에 잘 보이는 수단은 성적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구단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은 있을 수 없었다. 모기업에서 축구단에 파견하는 고위층도 축구에 문외한이 많았다. 일종의 징계성 인사로 축구단으로 발령받는 경우도 적잖았다. 전문경영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컨트롤 타워 노릇을 해야 하는 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성적에 모든 걸 걸었고 프로축구연맹은 패배주의에 빠져 무기력했다. 그렇게 K리그는 팬들의 외면을 당했고 지금 해외축구의 무시무시한 고공폭격 속에 고사위기에 몰렸다.

 

 ■K리그의 EPL 흉내 내기, 절대 안 통한다.

 혹자는 말한다. K리그가 EPL를 따라서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말이 안 된다. EPL은 오랜 역사 속에 축구가 자리를 잡았고 종주국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축구는 자존심인 생명 그 자체다. “아내는 바꿔도 응원하는 팀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EPL이 궁극적으로 글로벌화에 성공한 비결은 축구가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으로 잉글랜드 전체에 뿌리 깊게 자리한 덕분이다.

 그렇다면 K리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남아를 공략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 또한 비현설적이다. 이미 EPL에 매료된 동남아 팬들이 아시아 강호에 머물고 있는 K리그에 매력을 느낄 리 없다. K리그가 EPL처럼 글로벌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EPLK리그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K리그가 EPL를 그대로 흉내 내도 성공할 수 없다.

 

 ■K리그 생존방식은 철저한 지역화 뿐.

 K리그는 글로벌화가 아니라 지역화에 주력해야한다. EPL를 따라하려고 한다면 망하고 만다. 대신 K리그는 연고지 정착 등 통해 내실을 강화해 해외축구에 맞서 국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한다. 축구 저변이 약한 가운데 단기적으로 K리그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K리그 최고 단체들이 힘을 모아 같은 방향으로 리그를 이끌어가는 것뿐이다. 축구의 최고봉 프로구단, ‘돈줄모기업과 지자체, ‘컨트롤 타워협회와 연맹이 주체가 돼야 한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프로구단은 모기업, 지자체에 잘 보이기 위한 축구가 아니라 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 관중은 돈을 의미한다. 팬 확보를 통해 돈을 벌지 못하는 구단은 도태돼야 마땅하다. 모기업과 지자체는 좀 더 철저하게 축구단 운영에 관여해야한다. PRINCIPAL-AGENT PROBLEM이 초래하는 폐해를 철저하게 막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능력이 없는 CEO를 축구단에 파견하는 등 낙하산 인사는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협회는 월드컵에 의존하는 안일한 전시행정을 그만두고 저변 확대, 학원 축구체질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K리그 견인차 프로연맹도 불완전한 제도들을 국내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승강제, 신인선발, 구단 재정개선 등 주요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른 바 국내축구계 빅3가 이끄는 트리클 다운 효과(trickle down effect)’만이 단기적으로 K리그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경향신문 체육부 김세훈 기자(한양대학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연구원)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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