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선 글라스를 쓰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사물은 실제보다 검게 보입니다. 빨간색 렌즈 안경을 쓴다면 온통 빨갛게 보일 겁니다. 노란색 렌즈를 통하면 노랗게 보이고요. 이 때 그 사람이 컬러 렌즈를 통해 사물을 보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 다행입니다. 실제 사물이 렌즈 색깔로 물들여졌다는 걸 알고 사물을 판단할 테니까요. 그러나 컬러 렌즈를 쓰고 있다는 걸 모른다면 그 사람은 엄청난 오류에 빠지고 맙니다. 자신이 보는 게 실제라고 우기게 되기 때문이죠. 색깔 있는 렌즈, 그게 바로 선입견과 같습니다.


문선명 총재가 사망했습니다. 성남 일화 구단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 조의를 밝혔습니다. 성남 일화는 구단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관련 기사를 링크시켜놨습니다. 그리고 성남 구단 선수들은 단체로 조문을 했습니다. 그런 장면을 본 적잖은 팬들은 심기가 불편한 모양입니다. "돈 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죽으니 별 수 없이 가야한다"는 말은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그러나 종교 문제를 운운하면서 문총재 사망, 그와 관련돼 구단과 선수단이 한 행동을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문선명 총재가 통일교 총재라는 생각을 지워봅시다. 즉, 종교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고 축구적인 시각에서만 문 총재를 되돌아봅니다. 그렇게 보면 문 총재는 축구에 많은 일을 했습니다. 성남 구단도 만들었고 성남이 90년대 말 한국프로축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도 많이 했습니다. 피스 컵을 만들었고 피스 퀸 컵도 만들었습니다. 여자축구팀도 운영하고 있고요. 이런 일들을 잘 했다, 못 했다는 식으로 가치판단을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봅시다. 잘 했고 못 했고, 의도가 선했고 불손했고, 돈을 정당하게 벌었고 부당하게 챙겼고라는 식의 논란을 접어두고 문 총재가 축구계에 한 일만 보자는 겁니다. 물론 좋은 일을 했다고 인정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사람도 '그럼 문총재가 축구계에 해를 끼쳤다고 생각하느냐는' 반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문 총재 사망도 그렇게 봐야합니다. 종교라는 컬러 렌즈를 벗고 투명한 렌즈의 안경을 쓰는 식이죠. 투명한 렌즈를 통해 보이는 것은 축구 자체입니다. 그걸 자꾸 종교와 결부시켜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종교라는 색안경을 쓰고 축구를 보면서 자신이 보는 게 무조건 옳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성남 구단이 한 행동을 살펴봅니다. 성남은 조의문을 올렸습니다. 조의문 제목은 '성화'였죠. 성화는 통일교에서 쓰는 단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적잖은 팬들은 그걸 이유로 구단이 그를 구단주가 아니라 교주로 인정했다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문선명 총재의 사망을 전하는 언론들 도 성화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보도한 언론사가 통일교를 신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그건 문총재가 속한 조직에서 그의 사망을 성화라고 표현했고 언론은 그걸 존중하는 의미로 그렇게 썼을 뿐입니다. 스님이 사망하면 열반, 입적 등을 씁니다. 가톨릭에서는 선종이라고 하고 개신교에서는 소천이라는 단어를 쓰죠. 그 때 언론들은 해당종교가 쓰는 단어를 그대로 써서 해당 종교인의 죽음을 전합니다. 개신교 목사가 사망했는데 열반이라고 표현하는 곳은 아무도 없습니다.


성남 구단 선수단은 단체로 조문을 했습니다. 그걸 두고 몇몇 언론들은 참배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그러나 종교를 벗어나 이들의 행동을 본다면 사망한 구단주에 대해 단체로 조문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참배라는 단어도 일부 언론이 썼을 뿐입니다.


성남 구단은 그동안 통일교 색체를, 최소한 일부러는,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불교신자이고 선수들 중 절반 이상이 개신교와 천주교를 신봉하고 있답니다. 만일 통일교가 축구단을 선교활동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면 통일교를 신봉하는 사람들로 대부분 꾸려졌을 겁니다. 통일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계약도 하지 않았을 거고요.


성남 일화는 피스 컵에서 출전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그랬고 해외에서 열린 피스 컵에서도 그랬죠. 그러나 그걸 두고 성남이 통일교를 선포하기 위해서 대회에 출전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만일 통일교가 아니라 일반 모기업이 대회를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 모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구단이 그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모기업이 만든 대회에 그 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이 빠지고 다른 구단이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합니다. 피스 컵 출전을 놓고 종교성을 운운하는 게 답답한 이유입니다.


얼마 전까지 할렐루야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축구단을 살펴봅시다. 이곳은 구단 명칭에서부터 종교적입니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대부분 기독교인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인이 아니면 그 곳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즉, 구단 창단, 운영의 목적 자체가 선교에 있는 구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할렐루야가 보여준 모습과 성남을 비교하면 성남이 종교 색을 훨씬 덜 띠고 있습니다. 할렐루야는 얼마 전 구단 이름을 안산H FC로 바꿨습니다. 나중에 프로가 돼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치를 때 AFC가 구단 이름을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겁니다. 박종우가 관중으로부터 받아든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가 문제되는 마당이라면 할렐루야라는 이름을 가진 구단, 구단 안팎에서 종교성이 짙은 구단을 AFC와 FIFA가 가만히 놔둘 리 없겠죠. 또 일설에 따르면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길 경우 종교 색을 띠는 이름이 고양지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도 깔린 모양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계산적이면서도 지극히 교묘하다고까지 해석할 수 있는 행동들이죠. 생존을 위해서든, 프로가 되고 싶어서든 어쨌든 진짜 속 모습을 감추기 위해 겉을 바꾼 거니까요.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제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성남은 괜찮고 할렐루야는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성남과 할렐루야를 보고 판단하는 잣대가 같아야한다는 것입니다. 통일교는 사이비인 반면, 기독교는 정통하니까 괜찮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초기에 사이비, 이단으로 치부되다가 나중에 세력이 커지면서 느닷없이 주류로 간주되는 종교가 많다는 걸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즉, 특정 종교가 이단인지, 아닌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줬으니까요.


다시 성남 이야기로 돌아와 봅시다. 문 총재 사망을 종교적인 색안경을 벗고 바라봅니다. 문 총재는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많든, 적든 기여한 건 분명합니다. 구단주가 사망하자 구단은 조의를 표했고 선수단은 단체 조문을 했습니다. 종교성을 배제하고 이런 일련의 행동을 본다면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도 상가에 가서 조문을 합니다. 불교인이 사망해도 기독교인이 조문을 갑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방식으로 조의를 표하고요. 기도를 할 수도 있고 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국화를 올려놓을 수도 있고 향을 피울 수도 있겠죠. 기독교이 가서 절을 하고 향을 피웠다고 그가 불교를 신봉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거꾸로 불교인이 기독교인 상가에 와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고 그가 기독교를 신봉하기 때문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말합니다. 성남이 90년대 좋은 성적을 내고도 빅 클럽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성남이 통일교 색채를 지우지 못하면서 지역민들에게 통일교 구단으로 한계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나 성남 구단은 최소한 직접적으로는 통일교를 선포하지 않았습니다. 성남이 연고지정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첫째는 구단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고 둘째는 지역민이 색안경을 쓰고 성남을 통일교 구단으로 보고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남도 사실 그동안은 지역 마케팅을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목표는 많은 돈을 투자해 좋은 선수를 사서 우승을 하는 거였죠. 그런데 명문과 비 명문을 구분하는 기준은 비난 성적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적보다는 구단 운영 시스템, 비전, 마케팅 능력, 체계적이면서도 선진적인 행정,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 등이죠. 성남이 빅 클럽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축구적인 측면에서 명문구단을 추구하는 행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맨눈으로 보거나 맨눈이 좋지 않으면 도수가 들어간 투명한 렌즈로 바라보는 것뿐이죠. 피부색을 보고 흑인은 다혈질이라고 생각하는 것,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보다 능력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전라도 출신이라고 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왔다고 국내파보다 훨씬 대단하고 출중한 능력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부모 직업이 변변치 않다고 그 자식까지 변변치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종교인이라고 선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판검사라고해서 다 깨끗하고 결백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이게 모두 잘못된 선입견이 낳은 엉뚱한 착각입니다. 구단주 문선명 총재, 축구단 성남을 바라볼 때도 축구라는 투명한 렌즈로만 바라보아야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종교적인 판단은 종교계가 하면 됩니다.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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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구마 2012.09.13 1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의 견해에 일부 동감은 하지만 저는 할렐루야도 맞지 않고 성남일화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다른 사안들과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얽히는 시대 즉 이제는 축구도 축구인의 관점에서만 볼 수 없고 종교도 종교인의 관점에서만 볼 수 없는 시대에 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의 축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만은 없지 않습니까...
    기자님의 주장대로라면 신문사 사주가 구속되자 검찰청 앞인가에서 "힘내세요 사장님" 구호를 외쳤던 모일보 기자들도 회사원으로서는 당연한 역할을 한것이 되겠지요.

    • 외람되지만 참견 좀 하겠습니다 2012.09.13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확실히 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맞습니다.
      그런 걸 떠나서 단순한 시각으로.. 축구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사회이긴 하죠, 우리나라가!

      허나,
      허나 말입니다.
      그게 우리의 문제란 생각은 아니 드시는지요?
      제가 보기엔 우리가 잘 못~하고 있는 게 바로 그런 부분이라 생각이 들거든요~.
      모든 걸 너무나 유기적으로 엮어서 생각을 이어간단 겁니다.
      물론, 그런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 사물이나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할 일들이 많단 거 인정한다구요.
      허나, 허나 말입니다.
      모든 일들을 그런 식으로 엮기 시작하면 그 어떠한 일들도 앞으로 또는 발전을 하지 못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를 두고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제 과거지사가 좀.. 그렇게 깨끗한 편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생각을 엮으면 엮을수록.. 그냥저냥 쓰레기 하나에 불과한 인생이란 말씀이죠~.
      그래서 생각키에.. 도대체 이 놈의 인생이 (나와 이 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겠냔 생각을 해보게 되지 않을 수 없......

      암튼, 모~든 걸 엮어서 생각하면.. 과거를 벗어나기 어렵고,
      그렇다고 모~든 걸 해체시켜 생각하면.. 의미가 완전 소실돼버리는...

      누군가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선을 제시, 우리 사회에 정착을 시켜줬음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어서.. 이렇게 참견해 봅니다. ^^;;

  2. 문선명비어천가인가요? 2012.09.14 0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못난 소시민이 무망하겠지만 참견? 해볼까여
    글쓴이가 어떤 분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통일교를 왜 비호하는 것이지??? 왜 그러지???
    뛰어난 논법으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문교주 찬양과 궤변으로 일관하는 글이네요
    글쓴이의 논조는 친통일교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문선명 교주를 옹호하는 비호하는 글로 볼 수 밖에 없군요
    세계일보에서 이런 글이 나오면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여.. 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경향신문에서...
    기독교의 비리나 세습은 색안경으로 비방?하는 펜이... 왜 녹이 쓸었는지 궁금합니다.
    통일교 왕국을 자식에게 세습하고.. 대통령의 장례보다도 더 호화로운 장례절차에 대해서도
    왜 벙어리 모양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네요
    왜 이리도 힘이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구료
    왜 통일교 왕국을 건설하는 자식에게 물려준 문선명 교주를 싸고 도는 것인지 의아할 수 없습니다그려
    재림예수로 자임한 문선명 통일교 교주는 이단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라는 것을
    보통의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국민들은 긍정하고 있다고 봅니다.
    강력한 종교권력의 위세에 눌려 말못하는 것 뿐이지요
    천문학적인 재산은 통일교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하나님을 내세운 통일왕국이 아닙니까?
    언론다운 펜을 대망하면서.. 소시민 참견해 봤습니다.
    제가 잘못 접근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문선명 교주는 거짓선지자 이단 사이비 교주 그룹 이하도 이상도 아닙니다.
    아닌 것은 아닌 겁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입니다.
    오물에 생수를 조금 섞었다고 생수가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기자 양반님!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합니다. 부디 이단 교주의 칭송은 거두어주소서!
    감사합니다.

  3. 한마디안할수없는넷티즌 2012.09.14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솔직히 개신교도 사이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뭐 할짓이 없어서 남의나라귀신을 믿으면서 제 조상은 귀신이라고 제사를 마다하는 그런 개똥같은 종교를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가 생각이라고는 할줄 모르거나 아니면 제 잇속차리려고 믿는 족속이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뭐..통일교라고 다르진 않습니다. 그밥에 그나물이지 지들끼리 싸우던 말던 보는 제겐 똥물 튀는 짓거리로 밖에 안보이니까요.
    다만, 중요한건 적어도 인본은 지킬줄 알아야한다는 것이죠.
    제 도리를 다한 성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할일 한것에 박수를 쳐야 한다는게 정말 짜증이지만, 용기를 내어야 가능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박수를 쳐봅니다.

    적어도 옳고 그른것을 떠나 일단은 제 할일은 해야 세상이 바로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내글에 욕하려면 욕하고 비난하려면 맘대로 하세요. 하늘에 대고 침뱉기나 다름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