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축구 스타 로이 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이런 말을 했다.

"패인은 나에게서 찾으면 그건 패한 진짜 이유지만 그걸 다른 곳에서 찾으면 변명만 될 뿐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로이 킨은 맨유 최고 선수 중 한명이었다. 비록 성격은 다혈질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불굴의 정신과 성공에 대한 열망은 엄청났다. 그게 주장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황금기를 이끈 힘이었다.그래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지금까지 함께 한 선수 중 로이 킨이 단연 최고"라며 "그는 플레이하는 모든 곳에서 열정적인 플레이로 다른 선수와 팀에 영감을 불러넣는 존재"라고 칭했다.
 





선수든, 감독이든 경기에서 패한 뒤 자기 자신을 반성하기보다는 외부에서 패인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게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골대만 세 번이나 때렸다. 운이 없었다."

"비가 많이 와서 우리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잔디가 너무 푹푹 빠져 체력소모가 많았다."

"상대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탓에 경직됐다."

"심판 판정이 석연치 않았다."

"훈련장 시설, 훈련시간 등 홈 텃세 때문에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시차를 극복하기 힘들었다"

"뜻밖의 부상 교체 때문에 준비된 용병술에 차질이 생겼다."

"뜻하지 않은 실책과 자책골이 패인이다."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린 탓이다."

이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이게 진짜 패인으로 보는가, 아니면 패배에 대한 변명이라고 보는가. 아마 아래처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만일 패한 팀이 내가 응원하는 팀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을 게다. "그래 맞아, 그건 감독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 다음에는 운이 따르겠지" 라고 자위하며 말이다. 반대로 우리에게 패한 감독의 말이라면 우리 반응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왜 운을 탓해. 실력에서 진 건데"라고 말할 게다.

똑같은 말인데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반응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팬들의 순수한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 팬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지적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패배한 뒤 꺼내놓은 감독의 말이다. 홈이든 원정이든, 상대가 강했든 약했든, 날씨가 좋았든 궂었든, 시설이 좋았든 나빴든 모든 객관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감독의 말만 말이다. 과연 패장이 이같이 말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이런 말을 하는 감독들은 "여러분도 보았다시피" 라는 말을 대부분 덧붙인다.

자신의 말을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뉘앙스다.그러나 그런 감독들의 말은 그라운드에서 발생한 현상에 대한 정리에 불과하다.그걸 패배의 원인이라고 보는 감독이 있다면 그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로이 킨 말대로 패배 원인을 다른 데서 찾았고 그건 핑계, 책임회피, 책임전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감독이라면 패한 뒤에도 아래와 같이 패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정확하게 마무리하는 훈련이 부족했다."

"비가 와서 우리 플레이를 못한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다."

"푹푹 꺼지는 잔디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못했다."

"시차, 시설, 환경 등 원정의 불리함은 원정팀이라면 모두 겪은 것일 뿐이다."

"심판 판정도 경기의 일부다. 판정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필요가 없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 공백을 전술적으로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실책과 자책골도 우리가 준비를 덜 한 탓이다."

"한명이 퇴장당한 뒤 겪은 수적 열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감독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게다. 왜냐하면 그건 책임 소재가 감독 자신에게 있다는 걸 인정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이 모든 걸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게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진짜 중요한 점은 패배를 대하는 감독의 자세다.어떤 감독은 패인을 자기 자신에게 먼저 찾는 반면 어떤 감독은 외부에서 찾는다.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은 감독은 대비책을 마련해 그걸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외부에서 찾은 감독은 십중팔구 "이번에는 운이 나빴다"며 그냥 넘어갈 것이다. 두 감독 모두 당일 경기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를 본다면 전자가 훌륭하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패배는 승리의 과정이며 승리의 일부다. 역경과 패배를 즐겁게 맞이하면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감독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 자신이 처한 환경과 결과를 불운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어려움과 패배를 회피하는 감독은 결코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없다. 운명이나 불행을 운운하면 감독도, 팀도 약해질 뿐이다. 설사 실제로 운이 따르지 않아 패했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훌륭한 감독이라면 그걸 통해서 교훈을 얻고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점이다. 만일 비슷한 상황이 미래에 닥쳤다면 두 감독의 차이는 현격해진다.과거 외부에서 패인을 찾은 감독은 경기 내내 무기력할 것이며 패한 뒤에는 똑같은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 패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은 감독이라면 경기 도중 기민하게 대처할 것이며 사람들을 깜짝 놀래 킬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뜻밖의 부상, 예상치 못한 날씨, 낯선 잔디, 그냥 견딜 수밖에 없는 홈 텃세, 어쩔 수 없이 수긍해야하는 판정, 지독한 골대 때리기, 자연 현상인 시차.. 이런 것들은 대부분 우리 힘으로 컨트롤하기 힘들고 어떤 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걸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어차피 그건 인간의, 최소한 우리 영역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운명과 불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향후 비슷한 상황이 도래할 경우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다. 운명 자체는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운명에 대한 반응은 우리가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다. 그걸 잘하면 발전하고 그걸 못하면 실패하게 마련이다. 그건 감독이든 선수든 일반인이든 성공한 사람이라면 모두 똑같다.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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