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FC가 창단을 알렸다. 안양시의회는 어제 제192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안양시 시민프로축구단 창단 및 조례안을 상정했고 제적의원 21명 중 찬성 12명, 반대 9명으로 가결됐다. 주된 내용은 안양시가 내년 15억 원 등 총 4년 동안 40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창단 첫 해 창단 준비금 3억 원과 지원금 15억 원을 지급하되, 2~3년차에는 지원금을 10억 원으로, 4~5년차에는 5억 원으로 각각 줄이는 식이다. 안양시는 재단 설립과 감독, 선수 선발 등을 마치고 내년부터 2부 리그에 출전할 계획이다. 안양 FC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조심해야할지 냉철하게 짚어봤다

 

 



 

■시의회 지원 액수만으로는 축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창단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대충 계산해보자. 선수단 25명을 연봉 2500만원으로 전부를 꾸린다고 해도 총액은 6억 원이 훌쩍 넘는다. 거기에 코칭스태프는 최소 5명은 넘을 것이다. 혹시 있을 수 있는 이적료, 관례적으로 오가는 계약금, 하위권 탈출을 위해 최소한으로라도 영입할 몇몇 주전급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최소한으로 필요한 용병의 연봉 등 선수단에 들어가는 몸값만 따져도 10억 원 이상이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버스도 있어야하고 숙소도 필요하다. 식비, 의료비, 세탁비도 들어간다. 홈 연습장도 있어야한다. 유니폼도 있어야하고 용품도 필요하다. 원정을 갈 때는 숙식, 숙박, 이동 비용이 더 든다. 이런 저런 큰 것만 따져도 순수하게 선수단에 들어가는 비용만 1년에 족히 15억 원은 된다.

프런트도 구성해야한다. 최소한 5명 정도는 있어야 하며 연봉도 최소한 수 천만 원씩은 줘야 한다. 사무실도 있어야 한다. 2부리그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연령대별 유소년 클럽도 구축해야한다. 또 홈경기를 치르려면 경기장도 임대해야 한다. 그리고 홈경기를 할 때마다 수 십 명 인원이 필요하며 전기세, 수도세, 청소비 등도 내야한다. 그렇게 홈 1경기를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은 300만원~400만원이다. 리그, 컵 대회 등 모든 대회를 합하면 홈경기는 최소 20경기는 될 것이다. 아무리 입장수익으로 메워도 홈경기 비용 절반 이상은 비용으로 남기 십상이다.

이렇게 꼭 필요한 걸 대충 어림잡아도 최소 1년 예산은 20억 원을 넘는다. 혹시 모를 일들이 튀어나오면 창단 첫해 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재 내셔널리그 팀 운영비도 20억 원에서 50억 원이 든다. 그런데 내셔널리그는 내년이면 3부가 된다. 2부인 안양 FC가 첫 해 써야할 돈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족분, 어떻게 메울 것인가=돈이 부족하다고 안양시에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일단 안양 FC는 시와 약속한 지원금으로 가능한 한 오래 버텨야한다. 안양 FC가 몇몇 기업들로부터 협찬약속을 받았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 중 몇 개 기업이 실제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지, 최소 수천만 원이라도 현금을 내놓을 곳이 실제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이건 안양 FC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현재 기업들이 국내 축구계에 투자를 꺼리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양 FC는 협찬사들의 구두약속을 믿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훨씬 적극적으로 스폰서를 만나야하고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 요즘은 빚을 진 사람조차 차일피일 돈을 줄 날을 미루며 자리를 피하고 읍소하다가 안 되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세상이 아닌가. 돈 줄 사람이라면 더욱 집요하면서도 더욱 전략적으로 공략해야하는 건 당연하다.

관중수입을 많이 기대하는 건 무리다. 프로구단도 홈경기 비용을 관중수입으로 메우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2부 안양 FC도 초기에는 관중이 모일지 모르지만 뚜렷한 스타가 없고 만일 비용문제로 좋은 선수단을 꾸리지 못해 성적이 처지면 관중 몰이는 갈수록 힘들 것이다. K리그도 중계권료가 얼마 안 되는 마당에 2부리그 팀이 쏠쏠한 중계권료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도 시기상조다. 결국 부족한 돈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몇 억 원씩 낼 수 있는 굵직한 협찬사를, 가능한 한 많이, 마련하는 것뿐이다. 돈이 없으면 성적도 내기 힘들고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최소한 인프라도 구축할 수 없다. 부족한 재정→성적하락→인기몰이실패→관심도 하락→관중 감소→수익 창출실패 등 악순환이 계속될 수도 있다.

■낙하산 인사로 꾸려지는 '가분수 구단'으로 시작해서는 절대 안 된다=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다. 시의회가 구단 창단을 승인하는데 무소속 3명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곽균열 안양 FC 시민연대 대표는 인터뷰에서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묻자 "내가 직접 설득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설명은 어렵다"면서 "시민이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마음을 돌린 것이 아닌가 싶다"고만 말했다. 애매한 말이다. 물론 안양시에 요구한 지원액수를 줄인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당사자들이 반대의견을 되돌려준 만큼 다른 조건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안양 FC가 스폰서와 약속을 할 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위험요소다. 즉, 찬성표를 던지는 대신, 협찬금을 내는 대신 뭔가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사실 이 같은 보상심리는 다른 구단이 창단되는 과정에서도 있었고 좋지 않은 쪽으로 표면화되는 케이스도 적잖다. 가장 대표적인 게 낙하산 인사로 인한 프런트 비대화다. 사장, 단장, 국장 등 고위층 프런트를 다수 두면서 월급을 많이 주는 것이다. 구단 창단에 도움을 준 고위층의 낙하산 인사가 적잖게 포함되고 그렇게 되면 정작 일할 사람보다는 창단공신으로 어깨에 힘줄 사람만 생긴다. 이는 관중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창단하는데 조금이라고 공헌을 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 누군지 몰라? 나 이런 사람이야"라면서 막무가내 식으로 행동하고 그걸 받아주면 가뜩이나 부족한 살림에 불평만 많은 공짜 손님만 늘어나게 된다.

■지금 호의적인 분위기는 금방 사라진다=지금 안양은 적잖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사실상 처음으로 2부리그 팀 창단을 선언했고 10년 만에 축구단이 부활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안양 FC는 이런 관심이 앞으로 계속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년시즌 승강제가 시작되고 1부가 14개 팀, 2부가 8개 또는 10개 팀으로 꾸려져 운영된다고 가정해보자. 대다수 팬들의 관심은 1부리그쪽에 쏠릴 수밖에 없다. 2부리그는 잘 해야 지금 내셔널리그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에 머물 것이다. 물론 안양 FC가 승승장구를 하면 몰라도 그렇지 못하다면 안양 FC도 큰 주목을 받기는 힘들다. 그리고 시설이 좋은 월드컵경기장, 수준 높은 해외축구 등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축구팬들이 열악한 시설, 떨어지는 경기력, 바닥권을 헤매는 팀을 보기 위해 돈을 계속 내고 경기장에 들어올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어리석다. 즉, 안양 FC는 지금 언론과 축구계, 지역 팬들이 보여주는 관심이 내년이 되면 지금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빨리 깨달아야한다. 그래야 효과적인 예방책과 대책이 빨리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안양 FC,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우선 프런트 비대화를 어떻게 해든 막아야한다. 그게 안양 FC 구단의 정체성을 결정할 중요한 시작이며 절대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게 망가지면 모든 게 뒤틀린다. 안양 FC가 참고할 만한 곳은 부천 FC다. 부천 FC는 월급을 받는 소무 실무직원만 있을 뿐 모두 무급이다. 사장도, 단장도 월급을 받지 않고 최근에는 최소 5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다. 서포터스는 자기 돈을 내고 입장권을 사고 들어와서는 청소, 안전 등 잡일을 도맡는다. 다른 구단이 1인당 5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사야하는 걸 부천은 서포터스가 무보수로 봉사한다. 안양 FC도 그래야한다.

프런트를 최소한으로, 그리고 능력위주로 뽑으면서 남은 돈 거의 전부를 선수단 구성에 투입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가능한 한 좋은 선수들, 가능한 한 좋은 지도자를 영입해야 한다. 누구 부탁이라고 해서 능력 없는 선수를 받거나 위선에서 눌렀다고 해도 알맞지 않은 지도자를 앉히는 것은 자살행위다. 철저하게 돈을 아끼는 동시에, 열심히 뛰어다니고 도움을 구해서 가능한 한 적은 비용으로, 가능한 한 좋은 선수와 지도자를 영입해야한다. 그래야 성적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 내년보다는 후년에, 후년보다는 내후년에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아껴 써도 한참 부족한 판국에 창단 때 도움을 줬다고 이사람 저사람 챙기는데 쓰다보면 돈은 금방 바닥난다. 설상가상으로 협찬사마저 영입하지 못하면 안양 FC는 초기부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릴 게 뻔하다. 그 때 구단은 절대 안양시에 돈을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안양 FC 창단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강도 높게 구단을 비난하고, 다수 시민들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축구단을 곱지 않게 바라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안양 FC가 만일 추경예산을 요구한다면 그건 지금 시의회를 통해 다수 안양 시민과 약속한 걸 무책임하게 저버리는 것과 같다.

곽태표는 "창단이 기쁘긴 하나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걸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밝히기 곤란한 것도 적잖을 것이다. 안양 FC는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이건 안양 FC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양 FC를 보고 창단을 검토하는 다른 지자체와 그런 축구단에 협찬하는 걸 검토하는 기업들과의 신뢰 문제다. 안양 FC는 지금 자신들에게 향하는 다수 시민들, 다수 축구팬, 다른 지자체와 기업들, 그리고 언론의 관심이 '아차'하고 잠시 조는 아주 짧은 순간 강도 높은 비난과 얼음 같은 무관심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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