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란에 0-1로 패했다. 후반 10분 이란 선수가 퇴장당한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시종일관 김신욱 머리만 노리는 우리 공격은 너무 단순했다. 수적 우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실점도 너무 뻔한 상황에서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내줬다. 한국 축구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 끈끈한 팀워크다. 3차전 우즈벡전과 4차전 이란전에는 그것마저 실종된 느낌이었다.

 ■후반 10분부터 더 못했다=이란 선수가 퇴장당한 뒤 우리 플레이는 이상하게 더 나빠졌다. 퇴장 직후 5분 정도 잠시 반짝 활발한 게 전부였다. 우리는 그 후에도 김신욱 머리만 노리는 플레이를 고집했다. 앞으로 나가는 패스 타이밍은 늦었고 잡으면 킥, 잡으면 킥으로 일관했다. 풀백의 오버래핑도 없었고 수적우위를 공략하기 위한 전술 변화도 없었고 상대 수비수 한두명을 제치는 움직임도 없었다. 선수들의 태도도 전체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고지 탓은 아니다. 스포츠 생리학상 고지적응문제는 해발 2000미터는 돼야 드러난다. 그러나 테헤란은 1300미터였고 그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는 높이가 아니다. 그리고 지난 8일 출국했기 때문에 고지 적응을 못했다는 건 더욱 말이 안 된다.

 ■김신욱 양날의 검=김신욱은 너무 열심히 했다. 자기 노릇을 충실히 이행하려고 애썼다. 한국 공격진 중 가장 열심히, 가장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김신욱에게 너무 의존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김신욱 머리를 겨냥한 플레이를 했다. 물론 김신욱은 이란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우리가 단순히 롱 볼 공격만 했기 때문에 이란은 그만큼 우리를 막기 쉬웠다. 우리가 슈팅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대부분 세트피스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플레이 상황에서 나온 슈팅은 몇 개 안 됐고 위협적이지도 못했다. 박주영, 김보경도 별로 한 게 없었고 기성용도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보여준 게 없었다. 손흥민은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고 자기 플레이만 했다.못했다.

 


 ■알고도 내준 너무 뻔한 실점=수적으로 부족한 팀이 득점을 노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그건 세트피스다.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만 그걸 몰랐다. 실점장면에서 골대 앞 몇몇 우리 선수들은 넋을 놓고 있다. 프리킥을 헤딩으로 걷어낸 뒤 그걸 처리하는 우리 선수들의 반응이 늦었다. 그게 결국 실점한 빌미가 됐다. 상대가 가장 집중할 세트피스에서 우리는 멍 때린 것이다. 최대 실점 위기에서도 우리는 집중하지 못한 꼴. 그러니 경기 전반적으로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같이 파닥거리는 움직임이 없는 건 당연했는지 모른다.

 ■도대체 왜 부진했을까=일단 선수들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활발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 주요 원인일 게다. 최강희 감독의 지시도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다. 최 감독은 "교체선수를 통해서 미드필드 선수가 빠졌으니 공격 숫자를 늘리고 사이드 쪽으로 공을 유도해서 찬스를 만들라고 했는데 전혀 전달이 안 됐다"면서 "또 선수들이 급하니까 롱 킥을 하게 되면서 경기 내용이 더 안 좋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 감독은 "킥을 하지 말고 측면에서 문제를 풀어갔어야 했다"면서 "상대 퇴장 이후 정상적인 경기가 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독이 됐다"고 자평했다. 감독 지시가 전달이 안 된 이유가 무엇인지, 전달은 됐는데 선수들이 그걸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무거웠기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밖에서는' 알 수 없다.

 

 


 ■끈끈한 팀워크가 사라졌다=한국축구의 장점은 끈끈한 팀워크다. 그게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온 밑거름이다. 그러나 3차전 우즈벡전과 4차전 이란전에서는 그게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새롭게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융화가 덜 됐을 수도 있다. 또 일부에서 지적한 것처럼 올림픽 대표선수들이 멘탈적으로 약해졌을 수도 있다. 또 K리그 선수들은 리그 막판이라서 몸이 무거울 수도 있고 해외파는 리그 초반이라 실전감각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대표팀 플레이를 지켜보고 겉으로 드러난 경기력을 통해서만 평가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내부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란전을 끝으로 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 중 4경기를 치렀다. 4경기 중 원정이 3경기였는데 2승1무1패면 실패한 건 아니다. 문제는 내년 3월 재개될 후반부 4경기다. 몸 상태는 들쭉날쭉할 수 있지만 팀워크는 그래서는 안 된다. 한국 경기력은 아시아팀을 상대로도 느슨히 해도 이길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몸보다는 정신이다. 몸과 맘이 붕괴된 채로 치른 게 이란전. 그리고 그걸 바꾸는 시발점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다.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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