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포츠도 수요와 공급이 활발하게 교차하는 시장이 된지 오래다. 스포츠 스타들의 몸값은 치솟고 있고 스포츠를 관전하는데도 적잖은 비용이 소요되는 시대다. 그러면서 많은 돈을 버는 스포츠 스타들도 물론 늘어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많은 것을 집중해야한다. 구단·협찬사·용품업체·광고주와의 계약, 다른 팀으로의 이적, 다양한 외부활동 등을 선수가 직접 하기는 어렵다. 그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이 에이전트(Agent), 즉 대리인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에이전트를 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에이전트가 하는 일=선수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구단, 광고주 등과 상업적·법률적인 계약을 대신 해주는 게 일반적인 업무다. 원 소속구단과 재계약,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 용품업체·광고주와의 계약 등이 세부적인 일이다. 에이전트는 일반적으로 매니저도 겸한다. 매니저는 선수와 함께 움직이면서 선수를 대신해 스케줄을 잡고 대외적인 활동에 대해 섭외를 한다. 스포츠 스타들보다는 연애인들에게 더 필요한 존재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에이전트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종목은 축구가 유일하다. 다른 종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모든 계약을 선수가 직접 하거나 가끔 변호사를 선임한다. 이 때 변호사가 사실상 에이전트와 같다.
 ■에이전트의 종류=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선수 에이전트’로 선수를 대신해서 재계약, 이적 등 각종 계약 업무를 한다. 에이전트라고 하면 대부분 선수 에이전트를 의미한다. 축구에서 선수 에이전트가 되려면 국제축구연맹(FIFA)과 각국 축구협회(FA)가 내는 시험을 통과한 뒤 보증보험을 가입하면 된다. 또 다른 에이전트는 맞대결할 상대를 찾아 연결시켜주는 ‘매치 에이전트’다. 매치 에이전트는 시험을 치러 되는 게 아니다. 매치 에이전트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해당국가 축구협회에 의향서를 제출하고 그걸 축구협회가 합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FIFA에 승인을 요청한다. 선수 에이전트는 관련법과 규정을 열심히 공부하면 될 수 있지만 매치 에이전트가 되려면 축구협회와의 관계, 국제축구계와의 네트워크 등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매치 에이전트는 오랜 기간 협회와 긴밀한 비스니스 관계를 맺어왔거나 협회에서 일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맡는 게 일반적이다.

 ■선수 에이전트 시험=선수 에이전트 시험은 보통 1년에 한차례 있지만 몇 해 동안 치러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올해는 지난 9월 한 번 치러져 합격자 26명을 배출했다. 시험은 FIFA가 직접 출제하는 15개 문제와 대한축구협회가 내는 5개 등 총 20개 문제로 구성된다. 모두 객관식으로 문제 1개당 1점이 부여된다. 시험 범위는 선수의 자격 및 계약 등에 대한 FIFA 규정과 대한축구협회 정관·프로축구연맹 규정·분쟁조정규정·민법 등이다. 커트라인은 통상적으로 14점에서 15점 사이다. 기본적으로 5년 마다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FIFA가 현재 시행 중인 에이전트 규정을 폐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국내외 에이전트 현황=현재까지 대한축구협회에 FIFA 에이전트로 등록됐거나 현재 돼 있는 사람은 총 128명이다. 그 중 자격이 상실됐거나 정지된 사람을 제외하고 실제 활동이 가능한 사람은 57명이다. 이영표, 설기현의 에이전트인 지쎈 김동국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생계유지가 가능한 에이전트는 20%에 불과하고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는 10% 안팎에 그친다”고 말했다. 국내 매치 에이전트는 3명이다. 올해 브라질, 스위스, 러시아과의 A매치를 성사시킨 모로스포츠 정재훈 대표는 “일본 1명, 중국 2명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국가별로 매치 에이전트는 1~2명 선”면서 “세계적으로 매치 에이전트는 280여명 정도”라고 말했다.

 ■에이전트의 수입원=선수 에이전트의 수요 수입원은 원 소속 구단과의 재계약,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계약, 광고계약 등에 따른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원 소속 구단과 재계약할 경우, 에이전트는 선수로부터 선수 연봉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정상급 스타들 여러 명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 원 소속 구단과의 재계약으로는 높은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 이적이 성사되면 선수와 구단으로부터 모두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수수료 액수는 상대적으로 커진다. 김동국 대표는 “그래도 국내 축구계에서는 이적이 이뤄지면 양쪽 구단 중 한쪽으로부터 이적료의 5%를 받는 게 전부”라면서 “계약금, 계약기간 내 연봉 총액 등을 모두 합한 금액에서 5~10%를 주는 유럽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돈이 궁한 에이전트인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선수들을 자꾸 다른 구단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광고계약인 경우 수수료가 50% 선까지 오를 수 있지만 광고모델이 가능한 선수는 극소수이기 때문에 광고 수익을 올리는 에이전트도 아주 소수다.
 매치 에이전트는 홈팀 축구협회가 방문구단에 지불하는 순수한 초청료의 10%가 수익이 된다. 항공비 등 제반 비용을 모두 뺀 순수한 초청료가 30만 달러라고 하면 3만 달러가 에이전트 수수료다. 통상적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쪽은 홈팀 축구협회다. 순수 초청료를 높게 받아줄 경우, 방문구단이 특별사례비로 수수료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국내로 오는 팀의 경우 순수 초청료가 30만 달러 정도면 괜찮은 팀이고 10만 달러면 부를 수 있는 팀도 있다. 정재훈 대표는 “국내에서 치러지는 A매치수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양국 협회끼리 합의하거나 해외 에이전트가 소개하는 경우도 적잖다”면서 “해외 팀끼리 맞붙는 A매치를 하지 않고 국내 A매치만 주선하려고 한다면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에이전트의 자질요건=시험만 통과했다고 훌륭한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험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 및 구단들과의 네트워크다. 그게 없으면 좋은 선수를 보유할 수도 없고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킬 수도 없다. 초짜 에이전트가 성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동국 대표는 “인맥과 정보, 인간관계에 따라 진행되는 계약이 많고 그게 이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기존 카르텔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그걸 새로운 사람이 단기간에 깨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자질도 많다. 김 대표는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 사람은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가, 아웃도어 체질인가, 해외를 자주 오고 가면서 치밀한 협상을 해낼 정도로 체력은 정말 강한가, 성격은 사교적인가,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해야하는 자세는 돼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게 오히려 외국어 능력, 세일즈 능력, 임기응변 능력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좋은 해외파트너를 고르는 눈, 좋은 재목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 국제 규정에 대한 해박한 지식, 때로는 큰소리도 칠 수 있는 배포 등도 필요하다.
 ■에이전트의 보람=선수 에이전트는 자신이 오랫동안 관리해온 선수들이 좋은 구단에 입단할 때, 해외 유명 구단으로 이적을 성사시켰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김동국 대표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 형과 동생, 부모의 심정으로 오랜 기간 정성을 다해 관리한 선수가 프로로 가고 국가대표가 되고 해외까지 진출했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에이전트로 14년째 활동하면서 30건 안팎의 해외 이적을 성사시켰다. 2002년 한일월드컵 전후 이영표, 설기현가 그렇게 해외 구단으로 이적했고 현재 박주호(독일 마인츠), 남태희(카타르 레퀴야), 정조국(경찰청)도 지쎈 소속 선수다. 매치 에이전트인 정재훈 대표는 “내가 초청한 팀이 국내에 와서 많은 관중이 모인 가운데 좋은 경기를 펼칠 때가 가장 흐뭇하다”면서 “최근 브라질전이 모두 끝난 뒤에 여운이 가라앉지 않아서 텅 빈 경기장을 한참 동안 떠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대표는 “선수 에이전트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나쁜 경우가 있지만 매치 에이전트는 노력한 만큼 결과도 정직하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모로 스포츠 정대훈 대표가 최근 방한한 브라질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이전트의 애환=대중적으로 보여지는 에이전트의 모습은 화려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엄청난 괴로움이 공존한다. 선수 에이전트의 경우에는 본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빈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구단 사이 이해관계가 맞지 않거나, 선수가 계약 조건 등을 운운하면서 거부해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면 에이전트는 비용만 지불했을 뿐 수입은 없다. 그게 한 두 번이면 몰라도 여러 번 반복되면서 금전적으로 쫓기게 되면 에이전트 일을 계속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에이전트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선수들의 배신이다. 선수들이 에이전트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어놓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 어릴 때부터 관리해온 선수가 머리가 좀 컸다고 매정하게 다른 에이전트로 갈아타는 경우, 계약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 등이다. 김동국 대표는 “그것 말고도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적인 수입, 갑이 아닌 을일 수밖에 없는 숙명 등은 계약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에이전트로서 태생적으로 감수해야할 고통”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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