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잇단 '도박 파문'…솜방망이 처벌로 악습 되풀이
농구 스포츠도박, 야구 원정도박, 쇼트트랙은 고교생까지 
'승리 지상주의' '온정주의' 탈피하고 일벌백계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스포츠가 선수들의 잇따른 도박 사건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여름 프로농구 전·현직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제명 및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가을에는 프로야구 일부 구단 선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을 일으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6일에는 동계 종목인 쇼트트랙 선수들이 또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댄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 스포츠계는 다시 한 번 '도박 악몽'에 몸서리를 치게 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모(18)씨 등 쇼트트랙 선수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와 농구 관련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200만∼300만 원씩 상습적으로 베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운동선수의 도박 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며 각 종목의 부실한 선수 관리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 운동선수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 이번 쇼트트랙 선수들의 도박 연루에는 국가대표급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포함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또 지난해 프로농구 선수들의 불법 도박 사건에서도 각팀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팬들을 놀라게 했다. 
    2011년 국내 스포츠 가운데 가장 먼저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렸던 프로축구의 사례도 선수들이 직접 승부를 조작하며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사건이었다.  
    운동선수가 이처럼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브로커들과 같은 '검은 손'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프로축구나 프로농구의 경우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사람들이 직접 선수들과 접촉해 승부 조작을 제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빼내려고 시도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일단 몇 명이 승부 도박에 발을 들이게 되면 합숙 훈련이 잦고 선·후배와 동료 선수들 간 친분이 두터운 팀 스포츠의 특성상 쉽게 퍼지게 된다. 

    ◇ '승리 지상주의' 탈피해 인성교육 주력해야 =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이나 거액의 불법 도박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역시 사전 예방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도박에 발을 들인 이후에는 '사후약방문' 격의 징계 절차 외에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에 휩싸였던 프로농구의 경우 해마다 대학교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에게 부정 방지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스포츠 도박 사건에 연루돼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프로농구 간판스타 김선형(SK)이 직접 강사로 나서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후배 선수들에게 도박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스포츠 전문가들은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학생 시절부터 불법 도박의 폐해와 심각성 등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려면 학원 스포츠에서 지나치게 승부에 몰입하는 '승리 지상주의'를 지양하고 학생 선수들에 대한 인성 교육 등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학원 스포츠가 상급학교 진학 또는 프로 진출 등 당장의 성적에만 급급해 선수들의 인성 및 지식 교육에 소홀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닐 정도로 고질적인 병폐다. 
    최근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육성하자는 움직임이 일부 학교 운동부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구호'에 더 가까울 정도로 갈 길이 멀다. 
    또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해당 경기단체에서도 선수들에 대한 예방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프로 단체에서는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선수의 경우,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큰돈을 만져보자는 유혹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선수들의 기초 복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도 있다. 
      
    ◇ '클린 스포츠' 만들려면 '일벌백계' 불가피 = 2012년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등을 운영한 사람뿐 아니라 이용한 사람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강화됐다. 
    지난해 프로농구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 당시 연루자 대부분이 기소유예 또는 불기소 처분이 되는 등 법적으로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스포츠도박 행위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이전에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포츠계에서는 팬들의 사랑과 신뢰를 먹고 자라는 운동선수들은 법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되는 '공인'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최근 도박 관련 물의를 빚었던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대부분 일정 기간 출전 정지 등의 징계를 받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쇼트트랙 선수들의 도박에 대해서도 빙상연맹 관계자가 "다른 종목에서 스포츠 도박 때문에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의 사례를 참고해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며 "선수들을 대상으로 윤리 교육과 봉사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체육계에서는 "불법 스포츠 도박 연루자는 그동안의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일벌백계'하는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만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충분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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