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65)이 지난해 7월 레스터시티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주변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나폴리, AS로마, 유벤투스, 인터밀란(이상 이탈리아), 첼시(잉글랜드),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등을 지도한 ‘백전노장’이었지만 1부리그 우승컵 없이 대개 1,2년 만에 경질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로 직전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도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 예선 홈경기에서 페로 군도에게 0-1로 패한 뒤 4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영국 언론들은 “라니에리는 레스터시티를 프리미어리그에 잔류시킬 감독이 아니다”라고 혹평하면서 그에게 선수들과 포메이션을 너무 자주 바꾸는 감독을 뜻하는 ‘땜장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렇게 조롱을 받은 라니에리 감독이 강등 후보 레스터시티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1부리그 상위권 팀에서는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하부리그 팀에서 상대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낸 그의 지도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것이다. 라니에리 감독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감독 시절인 1993년 피오렌티나를, 2007년 유벤투스를 맡아 한 시즌 만에 1부로 복귀시킨 전력이 있다.


 

 최근 가디언 분석에 따르면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시티에서 코치를 2명만 교체하는 등 기존 체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방적인 태도로 선수단의 자발적인 노력과 몰입을 이끌어냈다. 그게 레스터시티가 예상을 깨고 깜짝 우승한 원동력이다.

 라니에리 리더십의 요체는 내면적 동기 발굴에 이은 자발적인 몰입으로 정리된다. 라니에리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은 마음속에 상상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내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을 찾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라니에리 감독이 훈련 전후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종이 울리는 소리인 “딜리딩 딜리동(dilly-ding, dilly-dong)”이다. 뭔가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경우 선수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수정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말이다. 이 말은 이번 시즌 선수단의 캐치 플레이즈로도 쓰였다.
 세계적인 자기개발서인 <이너게임>을 쓴 티머시 골웨이는 자아를 ‘셀프1’과 ‘셀프2’로 구분했다. ‘셀프1’은 외부 사람들이 자신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모습인 반면 ‘셀프2’는 외부 평가와 무관하게 자기 자신이 내면에서 진정으로 이루고 싶어 하는 자아다. 골웨이는 “셀프2를 자극받은 사람은 자신의 일에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며 자발적으로 몰입하게 된다”며 “그들은 잠재력에서 방해인자를 제외하면서 최대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라니에리 감독도 외부에서 선수들에게 목표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스스로 목표를 찾아낸 뒤 그걸 이루기 위해 스스로 몰입하게 만든 것이다. 우승까지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찾아온 불안감 등을 극복하는 데는 긍정적인 가치관이 한몫했다. 라니에르 감독은 “나는 나와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항상 웃기를 바란다”며 “삶이 힘들어도 함께 웃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고 500만 파운드(약 83억원)의 우승 보너스도 챙긴다. 라니에리 감독은 “나는 실용주의적이다. 매 경기 이기고 싶었고 매주 선수들이 발전하기를 원했다”며 “매경기 선수들이 동료를 위해 싸우면서 보여준 집중력, 결단력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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