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그녀는 남자다!'…편견 없는 리우에선 새 전설 나올까
리우올림픽은 호르몬 제한 규정 없어…세메냐, 800m 세계기록 경신 관심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결승에서는 미국의 헬렌 스티븐스가 11초5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스티븐스는 2위인 폴란드의 스텔라 월시를 0.2초 차이로 제쳤다. 은메달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폴란드의 언론에서는 금메달리스트의 성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소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스티븐스가 남성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느닷없이 올림픽 최초의 '성별 확인 검사'가 시행됐다. 당연히 스티븐스는 여성이었다. 이런 소동 속에도 은메달리스트 월시의 성별은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44년 뒤인 1980년 월시가 강도 살해를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뒤이은 부검에서는 그가 기능이 거의 없는 남성의 생식기를 여성생식기와 함께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스포츠계는 발칵 뒤집혔다. 신문은 '월시는 남자였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월시는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중에서 일부분은 XY염색체를, 다른 일부는 XX염색체를 가진 '성선 이형성'이라는 희귀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남성'의 특징을 함께 지닌 여성 선수가 올림픽에서 여성들과 함께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스포츠계에서 해묵은 이런 '성별 논란'이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재현될지 주목된다.
    이미 여러 차례 성별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치러낸 카스터 세메냐(25·남아공)가 이번 대회 여자 육상 800m에 출전한다.



    세메냐는 이번 대회에서 막강한 금메달 후보다. 단순히 우승뿐 아니라 이 종목의 세계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후보로 손꼽힌다. 세메냐가 출전하는 여자 800m 세계기록은 1분53초28. 모든 육상종목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세메냐의 개인 최고 기록은 1분55초33으로 올시즌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세메냐는 400m 트랙 2바퀴를 도는 800m 경기에서 반 바퀴는 거의 경쟁자 없이 홀로 달려 1분55초45로 우승했다. 2위와는 2초 이상 벌어져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 탓인지 질시 어린 시선도 쏟아졌다. 
    어떤 선수는 "이런 사람은 우리랑 같이 뛰면 안 된다. 세메냐는 여자가 아니다. 남자다"라고 열변을 토했고, 다른 선수는 "그냥 한 번 보라"며 다소 독특한 세메냐의 겉모습까지 들먹였다.
    세메냐는 앞가슴이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목소리도 중저음이다.
    세메냐는 다른 여성 선수들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생성들 돕고 지구력, 스피드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목소리도 굵어지게 한다. 


    세메냐가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기에 참가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선수가 자연스러운 유리한 신체조건을 이용해 경기를 치르는 것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비정상적으로' 키가 큰 선수들이 신장을 이용해 특정 종목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성 종목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 규정을 '일시정지'시켰다. IAAF는 내년까지 근거를 보완하거나 규정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
    CAS의 결정으로 이 규정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로 그 기간에 이번 리우올림픽이 열린다. 
    여성스포츠전문매체 ESPNW는 세메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리우에서 당신은 (호르몬 억제나 다른 걱정 없이) 엄청난 훈련으로 다져낸 본연 그대로의 힘을 뽐내고 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당신의 승리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거란 걱정일랑 하지 말고, 그저 빨리 달리라"고 당부했다.
    junm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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