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북한 체조선수가 만든 평화"…리우 10대 정치적 사건은
WP가 자사기자 의견 수렴해 보도…히잡 쓴 펜싱선수·미-러 수영 갈등 등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가간 갈등을 뛰어넘어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올림픽의 기본정신이지만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이러한 정신에 부합하는, 또는 반하는 정치적 사건들이 잇따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자사 기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번 올림픽에서 정치적으로 의미 있었던 순간 10개를 뽑아 20일 보도했다.
    ◇ "남북 체조선수가 만든 작은 평화" = WP는 북한의 체조선수인 홍은정과 남한의 경쟁자 이은주가 함께 셀피(셀프카메라 사진)를 찍은 것을 10대 사건 중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은주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여자 기계체조 예선이 끝나자 홍은정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찍기를 권유했고, 홍은정이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두 선수의 활짝 웃는 모습이 담긴 '역사적' 사진이 완성됐다.
    WP는 한반도는 공식적으로 휴전 상태이지만 이 사진은 남북한 사이의 작은 평화를 만들어냈다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이를 두고 "위대한 몸짓"(Great gesture)이라고 치켜세웠다고 전했다.
    ◇ 히잡 쓴 미국인이 준 울림 = 서구와 이슬람 사이의 불신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히잡을 쓰고 경기에 참가해 메달을 딴 미국인 펜싱선수도 이번 올림픽에서 큰 울림을 줬다.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는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인 중 최초로 히잡을 착용한 선수로 화제를 모았다. 또 그는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특히 무하마드는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사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미국 외에 돌아갈 고향이 없다. 미국에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자란 나와 내 가족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 올림픽에서도 '으르렁' = 중동지역에서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한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선수단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6일에도 버스 동승을 놓고 잡음을 냈다.
    이날 마라카낭 주경기장으로 가려 했던 이스라엘 선수들이 레바논 선수단이 탑승하고 있던 셔틀버스에 올라타려고 하자 레바논 선수단장이 이들의 승차를 막았다. 
    이에 이스라엘 측은 "적대적 행위"라고 비난했고, 레바논 측이 "작은 충돌이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해명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 미·러는 신냉전시대 = 미국과 러시아는 수영 종목에서 도핑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 올림픽에서 신(新)냉전이 초래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자 평영 100m에서 우승한 미국의 릴리 킹은 결승전을 전후로 도핑 전력이 있는 러시아의 율리야 예피모바를 '도핑 괴물'에 비유하며 2차례에 걸쳐 독설을 퍼부었고, 이에 예피모바는 "정치가 스포츠에 간섭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 냉전이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부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설전은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해킹 사건을 두고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을 받았다.
  


    ◇ 악수 안해 귀국조치 = 이집트의 유도선수 엘 셰하비는 상대 선수였던 이스라엘의 오르 새슨이 청한 악수를 거부했다가 귀국조치를 당했다.
    그는 지난 13일 치러진 남자 유도 100㎏ 이상급 32강에서 새슨을 맞아 절반 2개를 잇달아 내주고 한판패 하자 새슨이 청하는 악수를 거부하고 그대로 퇴장했다. 이에 심판이 다시 그를 매트로 불러들였으나 셰하비는 고개만 숙이고 다시 퇴장했고, IOC는 그의 행동이 올림픽 정신을 위배했다며 엄중 경고했고, 이집트 올림픽위원회는 그를 귀국조치했다.
    ◇ 영원한 친구는 없다 = 한때 정치·경제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던 중국과 호주도 이번 올림픽에서만큼은 확실히 적으로 돌아섰다.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인 호주의 맥 호튼은 2위를 차지한 중국의 '수영영웅' 쑨양을 '약물복용자'로 공격하자 중국 언론과 누리꾼들이 일제히 나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남중국해, 호주기업 인수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 관계가 올림픽에서도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내우외환' 브라질 = 브라질은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올림픽 전후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일어나자,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시설에서 일체의 정치적 시위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테메르를 반대하는 옷을 입거나 팻말을 든 관중들이 잇따라 경기장에서 쫓겨나면서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브라질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진정한 우승자는 난민팀 =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난민팀은 소속 선수 10명 중 한 명도 입상권에 들지 못했지만 정정당당한 플레이로 전 세계에 있는 6천만 난민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특히 난민팀에는 내전이 진행 중인 시리아와 에티오피아, 남수단 출신 수영·육상 선수들이 소속돼 있어 의미를 더했다.
    ◇ 개회식 공연에 '지젤 번천 강도당하는 장면' 들어갈 뻔 = 전 슈퍼모델 지젤 번천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리우올림픽 개막식의 내용 중에 번천이 강도를 당한 후 자비를 베푸는 장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국 언론 등은 해변에서 번천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인 흑인 소년을 등장시킨 장면이 리허설에서 논란을 일으키자, 실제 개막식 공연에서는 삭제했됐다고 보도했다. 
    ◇ 조국은 못 버려 = 쿠웨이트 올림픽위원회가 작년 10월 IOC로부터 자격 정지 징계를 받자 쿠웨이트의 노장 사격선수 페하이드 알디하니는 올림픽 독립 선수(Independent Olympic Athletes) 자격으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러나 그는 IOC가 쿠웨이트 국기가 아닌 'IOC 깃발'을 들고 개막식에 입장해 달라는 요청하자 "쿠웨이트 군인으로 국기만 들 수 있다"고 거부했다.그는 11일 사격 남자 더블트랩 결승에서 금메달을 안았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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