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와 1대1로 맞서면 공을 뒤로, 옆으로만 돌릴 뿐 드리블 돌파하지 못한다. 타깃이 불투명한 롱 패스에 이어 ‘아니면 말고’식 롱 크로스만 남발된다. 공이 측면으로만 갈뿐 좀처럼 선수들이 집중된 중앙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술인 패스와 슛이 부정확하다.

한국축구 대표팀 플레이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계속 가슴을 치게 하는 장면들이다. 그러면서 항상 똑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왜 한국 선수들은 개인기가 부족할까.’

감독을 교체하면 될까, 돈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면 좋아질까, 환경을 잘 만들어주면 좋은 플레이가 나올까. 나름대로 이런저런 해결 방안을 고민해보지만 명확한 답을 찾기는 힘들다.

A매치는 그 나라를 대표해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 11명 대 11명 사이 싸움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A매치는 두 나라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맞대결이다. 한국 성인 축구가 답답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손보다 상대적으로 부정확한 발로 하는 축구에서 기술은 어린 시절이 아니면 배울 수 없다. 축구 생리학에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최고 연령을 17세로 보고 있다. 그전까지가 몸의 유연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10대 후반이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골든타임은 끝난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국 유소년축구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기술보다는 조직력을 배웠다. 좋은 대학교 진학과 좋은 축구단 입단을 원하는 학부모로부터 월급을 받는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지지 않는 법, 위험해지지 않은 법, 공을 돌리는 법 등을 가르쳤다. 돌파보다는 패스를, 공격보다는 수비를, 득점보다는 밸런스를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고교 대회 성적에 따라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결정되는 입시제도도 큰 몫을 차지했다.

반면 유럽, 남미 유소년 선수들은 조직력을 배우지 않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개인기를 먼저 익힌다. 한국이 10대까지는 세계무대에서 8강 정도 성적을 낸다. 조직력만 조기교육을 받은 한국 어린 선수들이 개인기는 괜찮아도 조직력이 약한 유럽, 남미와 엇비슷하게 맞선 결과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성인무대로 가면 맥을 추지 못한다. 어릴 때 개인기를 배우지 못한 한국 선수들은 성인이 되면서도 결국 조직력으로만 버텨야 한다. 반면 어릴 때 개인기를 익힌 유럽, 남미 청소년들은 점점 강한 조직력까지 배우게 된다. 반쪽축구만 배운 한국은 개인기와 조직력을 모두 갖춘 축구 선진국에게 밀리는 건 당연하다. 그게 남녀월드컵에서 한국의 잦은 조별리그 탈락으로, 상대와 1대1 맞대결에서 회피성 패스로 드러나는 것이다.

지난 15일 한국축구대표팀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현재 A조 2위에 올라 월드컵 본선직행 티켓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동안 이긴 경기나, 패한 경기에서 보인 한국의 플레이는 똑같았다. 개인기는 부족했고 조직력도 크게 탄탄하지 않았다. 그걸 투지와 노력으로 극복하면 승점을 따왔고 그마저 없으면 졌다.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가 시계 톱니바퀴 같은 ‘티키타카’ 축구를 뽐내는 것, 독일이 세밀하면서도 파워풀한 플레이를 구사하는 것은 그 나라, 클럽 육성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낳은 결과다. 브라질이 세계 곳곳에 정상급 선수들을 가장 많이 배출하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네이마르(브라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최고 선수로 대우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 선수들이 개인기가 형편없는 것도 ‘수비 축구’, ‘밸런스 축구’, ‘입시 축구’ 선수를 양산한 한국 축구 육성시스템의 불가피한 산물이다. 세계 최고 선수들과 맞서 개인기를 맘껏 부리는 한국축구 선수를 보고 싶다면 바꿔야할 것은 바로 우리나라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다.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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