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동호인 야구’ 하면 허름한 야구장, 수준이 떨어지는 경기가 쉽게 떠올랐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게 달라졌다. 용품시장이 활성화되고 기록 관리 업체가 동호인 야구판을 선도하고 있다. 맞춤형 동영상도 제공되기 시작했다. 실내 연습장을 중심으로 레슨시장도 형성됐다. 실제 경기에서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심판과 아나운서 음성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생겼다. 동호인들이 꿈에 그린 ‘중계’도 조만간 이뤄진다. 프로 선수들을 좇는 모방 소비가 강한 동호인들이 ‘동네 야구’를 산업화 초기 모델로 바꾸고 있다.

 

 

 2014년 6월 경기 연천에서 열린 니베아맨컵 사회인 야구대회에 참가한 불철주야(왼쪽)와 라바 소속 동호인들이 맞대결에 앞서 심판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불붙기 시작한 동호인 야구 인기는 한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동호인 야구팀이 급증하면서 산업화 씨앗이 뿌려진 때다. 동호인 야구 현황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동호인 야구기록을 관리해주는 게임원에 등록된 수치가 가장 현실에 가깝다. 게임원에 따르면 2017년 들어 활동 중인 회원은 27만명, 팀은 1만8200여개다. 운영 중인 리그는 395개다. 야구장 개수는 420개 정도다.
 동호인 야구는 철저하게 야구장 운영 주체에 의해 이뤄진다. 야구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야구장을 임대한 곳, 야구장을 지은 사업자가 자기 구장에서 리그를 치를 팀을 모으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1년에 12~15경기를 치르는 것을 기준으로 동호인 팀이 내는 돈은 250만~350만원이다. 게다가 경기장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연고 의식이 약하고 이동거리와 시간, 비용 부담도 적잖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야구장이 많이 생겼지만 대부분 민간업자가 지은 것이다. 땅값을 제외하고 인조 잔디 구장 1곳을 짓는 비용은 6억원 안팎. 동호인 팀이 내는 돈이 줄기 힘든 구조다. 그래도 대관비와 이용시기, 이동거리 등에 맞는 구장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울 정도로 동호인 야구는 포화상태다.
 동호인 야구가 산업화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동대문에 모인 체육사로 가서 용품을 구입했지만 지금은 야용사(야구용품싸게사기) 등 온라인 판매가 대세다. 야용사에 따르면 동호인 야구용품 시장은 500억~600억원 규모다. 글러브는 일본 브랜드, 배트는 미국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일본 브랜드 ‘제트’ 수입 및 제작을 대행하는 권오성 비바스포츠 대표는 “일본 글러브는 크기가 한국인에게 맞고 기술력도 뛰어나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요즘은 특히 주문형 제작제품, 고가용품에 대한 판매가 급증세다. 이승환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는 “야구 동호인들의 장비 과시욕은 무척 강하다”며 “장비만 1억원 어치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배팅장갑 등 소모품 판매가 급증한다는 것은 식지 않은 동호인 야구 인기를 보여준다.
 기록 관리 업체를 비롯해 동영상 제작 및 제공 업체인 캐치폼, 장내 아나운서·심판의 음성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공하는 아이온 등 야구비즈니스에 뛰어든 IT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내연습장도 여기저기에 생겨났다. 이곳은 겨울철 또는 야간에 주로 사용된다. 야구장을 구하지 못한 동호인들이 내야 수비, 베팅, 캐치볼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주말 2시간 기준 대관비는 10만~20만원 선이다. 중간 이상 규모 실내 연습장에서는 전직 야구 선수들의 레슨도 이뤄진다. 또 실제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치는 방식의 스크린 야구장도 전국 300여곳에서 운영 중이다. 시간, 시기, 날씨 등에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조성된 셈이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NH인재원 실내야구연습장에서 동호인들이 훈련하고 있다. 우리야구리그제공

 

 

 어느 종목이든 산업화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구매력과 충성도가 높은 동호인들의 지속적인 증가다. 현재 국내 동호인 수는 정체기 또는 소폭 증가세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여전히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곳도 접근성도 떨어져 젊은층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재정경제연구실장은 “2012년 야구를 즐기는 인구는 30대, 40대, 20대, 50대 순으로 조사됐다”며 “젊은 층이 늘어나야 동호인 야구가 지속가능하게 산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구장은 야구 이외 목적으로는 활용되기 힘들다. 또 안전시설을 마련하는데 도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일단 기존 야구장 문턱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공공시설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지자체 야구·소프트볼연합회들의 행태가 지양돼야 한다. NH인재원 연수원 야구장을 임대받아 운영하는 이수한 우리야구리그 사무국장은 “비영리단체가 공공시설을 이용해 돈을 번다면 사기업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이승환 국민대 교수는 “결국 지자체가 접근성이 괜찮은 야구장 건설에, 학교는 운동장 개방에 조금 더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동호인들의 태도 변화부터 요구된다. 동호인들은 경기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초보자을 위한 교육을 우선적으로 신경써야 한다. 또 공공시설에서 흡연과 음주 금지, 경기장 사용 후 깨끗한 청소도 기본이다.
 기존 시설에 대한 관리도 강화돼야 한다. 부상 위험도가 높은 경기장에 대한 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외진 곳에 무허가로 지어진 실내 연습장에 대한 행정조치도 필요하다. 이수한 국장은 “허가를 받았는지 의심될 정도로 시설이 형편없는 실내연습장도 적잖다”며 “이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 이뤄져야 부상, 사고를 예방하고 실내 연습장 업계를 건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이 NH인재원 연수원에서 운영 중인 실내 연습장은 가로 세로 각각 50m에 높이 24m 크기다.
 올해로 출범 36주년을 맞는 프로야구는 연간 800만명 가량의관중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동호인 야구 발전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마추어 야구를 총괄해온 대한야구협회도 지난해 전국야구연합회, 대한소프트볼협회와 통합됐지만 아직 동호인 야구 발전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오성 대표는 “국내 야구계가 협의체를 구성해 어린이, 젊은이들이 조금 더 쉽게 야구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부천시민야구협동조합 리그 경기 도중 유격수 나성재씨(왼쪽)가 2루 도루를 시도한 이재현씨를 태그아웃시키고 있다.

 


<취재에 협조를 주신 분들>
 권오성 비바스포츠 대표, 장상곤 야용사 대표, 주형욱 게임원 대표, 조우진 캐치폼 대표, 안재석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본부장, 이수한 우리야구리그 사무국장,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재정경제연구실장, 이승환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팀장, 이선동 부천시민야구협동조합 이사장, 최현정 서울특별시 관광체육국 생활체육진흥팀장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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