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산업정보고등학교 강당에서 배드민턴 동호인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대전산업정보고등학교 곳곳은 밤이 되면 동네 사랑방으로 변한다. 강당에는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강당 옆 공간에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탁구를 친다. 다목적실에는 에어로빅을 하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운동장 곳곳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들 모두 학교 인근에 사는 용문동 사람들이다. 100명 안팎 주민들이 매일 밤 학교에서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다. 운동하면서 발산하는 땀, 주고받는 대화 속에 꽃피는 친목, 그 속에서 즐거움과 건강을 회복하고 주민 간 화합을 도모하는 곳이다. 학교가 시설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주민들이 감사한 마음으로 이를 이용하면서 생긴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이 학교는 2015년부터 교내 시설을 개방했다. 당시 대한체육회가 실시한 학교체육시설개방지원사업에 공모해 대전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그 때부터 학교는 3년 연속으로 시설을 지역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현재 배드민턴, 탁구, 생활체조 동호인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배드민턴과 탁구는 농구코트 크기 강당 안팎에서 이뤄진다. 생활체육은 교실을 개조해 만들어 운동장이 보이는 다목적실에서 진행된다. 주최자배상책임보험도 대한체육회가 들어줬다.
 배드민턴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된다. 회원수는 38명이다. 강당에 설치된 배드민턴 코트는 4개. 오후 6시 정도부터 코트 4개는 빡빡하게 돌아간다. 회비는 1인당 1만원 정도다. 이렇게 모인 34만원은 전기료, 수도세 등 사용료 명목으로 학교로 들어간다. 이른 오후에는 학생과 교사 등 교직원 12명도 배드민턴을 즐긴다. 정규수업시간에는 학교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코트는 모두 철거된다. 탁구도 교직원과 지역주민이 시간과 요일을 나눴다. 교직원 7명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지역 주민은 월수금에 공을 친다. 탁구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탁구를 즐기는 연령대는 대부분 노년층이기 때문이다. 생활체조 회원은 35명으로 역시 대부분 노년층이다. 생활체조방도 무료 개방이다.
 학교를 개방할 때 관건은 시설 및 동호인 관리다.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게 관리 매니저 이희섭씨(54)다. 3년 동안 이곳에서 관리 매니저로 일하는 이씨는 주 5일 동안 서구체육회로 출근한 뒤 학교로 이동한다. 이씨의 인건비는 대한체육회의 지원금 속에 포함돼 있다. 이씨는 “용문동에는 학교가 이곳밖에 없다”며 “주민들이 즐겁게 운동하면서 친목도 다지고 서로 운동도 가르쳐주면서 애경사까지 챙기는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개방 초기에는 일부 다른 동네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없어졌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동호인들이 성숙된 자세로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시서구체육회 직원이 대전산업정보고등학교 강당으로 가는 계단 옆에 체육회 예산으로 만들어준 물받이를 가리키고 있다.

 

 이곳이 3년 동안 끊임없이 개방된 비결은 학교, 체육회, 주민 등 3자 사이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된 덕분이다. 하준용 교장은 “지역사회와 학교는 공존해야하는 관계”라며 “학교는 지역사회에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는 아이들을 미래 지역사회 일원으로 인정하고 돌아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1·2학년만 있고 3학년은 없다. 다른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와서 직업교육을 받고 3학년이 되면 본교로 돌아간다. 그래서 학부모의 별다른 반대 없이 하 교장과 교사들의 신념에 의해 학교가 개방됐다. 학교는 운동하는 동호인들에게 주차카드도 발급하고 있다. 또 경로잔치 등 동네 행사마다 장소를 빌려주고 요리, 제과제빵, 실용음악, 미술, 보건, 바리스타 등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파견하기도 한다.
 계약당사자인 서구체육회는 윤활유 역할을 잘 했다. 체육회는 학교 화단 전지작업, 배수로 및 조명 설치, 도서기증 등을 해줬다. 또 10개월만 계약돼 있는 관리 매니저가 연속성을 갖고 학교를 관리할 수 있도록 미계약기간인 1·2월에 다른 곳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급여도 해결해줬다. 생활체조 강사에게 주는 수당도 체육회가 책임지고 있다. 서구체육회 김도현 사무국장은 “체육회는 학교와 지역 주민 사이에서 이 사업이 제대로 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체육동호인을 합하면 이곳을 이용하는 연인원은 3000명이 넘는다. 주민들도 크게 만족했다. 김원자씨(76)는 “40년 만에 탁구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며 “집이 가까워 오고가는데도 편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인 박은상씨(50)는 “학교가 시설을 개방해주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우리도 이곳을 계속 깨끗하고 문제없이 써야 앞으로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 사람들로 팀을 꾸려 대회에 나가지 않는다”며 “순수하게 연습하는 곳이기 때문에 초보자가 와도 배척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함께 운동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우경순 에어로빅 동호회장(70)은 “이전에는 냇가, 공원 등에서 에어로빅을 하다가 쫓겨나기도 했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실내에서 운동을 맘껏 할 수 있게 해준 학교, 구청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전산업정보고등학교 강당 입구에서 탁구 동호인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업이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도 드러나고 있다. 일단 줄어드는 예산이 가장 큰 문제다. 서구체육회 이용근 과장은 “취지가 너무 좋은 사업인데 체육회 예산 의존도 높아서 예산이 줄면 위기를 맞게 돼 안타깝다”며 “다년계약, 관리매니저 12개월치 월급 보장 등이 이뤄진다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체육회, 동호인 사이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어긋나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 나오는 마찰과 잡음은 결국 사업 종료를 초래하게 된다. 관리 매니저 이씨는 “3자 관계가 잘 유지되도록 서로 애써야한다”며 “이들이 관계가 좋지 않으면 관리 매니저가 애매한 위치에 몰리면서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사업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한다. 서구체육회 생활체육부 진선미씨는 “농구, 배구 등으로 종목을 확대하고 동호인들이 조금 더 현실적인 사용료를 내준다면 체육회 예산이 감소해도 이 사업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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