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소년 축구는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 초등리그에 출전하는 팀과 선수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질적 성장을 함께 이루지 못했다. 유소년 축구의 한 축인 학교 축구는 붕괴직전이고 대세가 된 클럽축구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 기술을 익히고 축구에 흥미를 느껴야 하는 유소년기 한국 축구는 뿌리를 단단히 내리지 못했다.

공부하는 선수 육성을 기조로 2009년 출범한 초등리그는 학교 축구부 210개, 클럽팀 56개로 시작했다. 등록선수는 6219명이었다. 7년이 흘러 2016년 11월 기준으로 초등리그에 참가하는 학교팀은 165개로, 45개교나 줄었다. 반면 클럽팀은 155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초등리그에는 참여하지 않는 별도의 유소년 클럽리그에 참가하는 팀도 308개(4868명)나 된다. 이들까지 포함해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초등학교 선수는 1만명이 넘는다.


 

자원은 과거보다 크게 늘었는데 수준급의 선수는 줄었고 기술 성장도 더디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특히 학교 축구는 힘겹게 연명하는 수준으로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과거 엘리트 축구부를 자랑 삼았던 학교들이 이젠 축구부 유지를 꺼리는 상황이다. 학교장들이 학내 문제와 사고 등을 우려해 축구부를 해체하고 방과후 클럽에 돈을 받고 운동장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교가 학교 축구 선수를 교문 밖으로 내모는 형국이다. 학교 측은 돈도 벌고 학내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운 길을 택하고 있다.

초·중·고 감독을 두루 경험한 장훈고 윤종석 감독은 “최근 학교 축구부는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른들이 자신들 편하자고 축구하는 아이들을 내쫓는 상황”이라고 했다. 축구부가 있는 학교도 학생 수가 과거보다 많이 줄어 적정 선수 수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윤 감독은 “대부분 학교마다 선수 수급에 시달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축구 중점 학교를 만들어 주변 몇개 학교가 함께 연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교육부, 문체부, 축구협회 어디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 석남서초등학교 축구부 염의태 감독은 “학교는 선수를 발굴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성적을 못내면 박봉의 계약직 감독은 언제든 잘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가장 목을 매는 소년체전에서 성적을 내는 것은 학교 축구부의 지상과제다. 감독으로서는 중요한 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연명할 수 있으니 승리를 위해 수비 축구와 뻥축구를 하게 된다. 기술을 장려하고 창의적인 축구를 하고 싶어도 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또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6학년 위주로 실전을 뛰게 돼 저학년들은 기량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순환 성장이 될 수 없는 구조다. 기술을 익히고 축구에 흥미를 느껴야 하는 ‘골든 에이지’ 시기에 한국 유소년 선수들은 창의성을 쌓기 어렵다.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클럽 축구는 학교 축구보다는 제약이 많지 않다. 축구를 좋아하는 미취학 아동부터 13세까지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학교가 지역 아이들만 받을 수 있는 반면 클럽 축구는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세가 된 클럽 축구에 대한 축구협회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은 없다. 지도자들이 알아서 교육을 시킨다. 유소년 클럽 다산FC 송종현 감독은 “독일 연수를 가서 보니 현지 유소년 클럽들은 모두 독일축구협회에서 내려온 프로그램에 따라 체계적으로 교육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면서 “우리는 그런 게 없다보니 지도자들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팀이 된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또 클럽은 다양한 연령대 별로 팀이 구성되는데 이들이 즐기면서 뛸 수 있는 실전 무대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소년 클럽은 학부모들의 회비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돈줄’인 학부모의 입김으로 지도자들이 위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붕괴 직전인 풀뿌리 학교 축구를 살리고 대세가 된 유소년 클럽 축구의 질적 성장을 이뤄낼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경향신문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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