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는 요즈음 ‘기술자’가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수가 기량을 꽃피울 중·고교에서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988년부터 고교 감독으로 활동한 최건욱 영문고 감독은 “고교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90%가 주말리그가 문제라고 말한다”며 “선수들의 기량을 키울 수 없는 주말리그를 손봐야 한국 축구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주말리그가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는 적폐로 지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식 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선수는 자신과 엇비슷한 기량을 갖춘 상대들과 부딪칠 때 기량이 향상된다”며 “그런데 주말리그는 팀 수준과 상관없이 묶이다보니 수준 높은 팀들은 의미가 없는 경기를 치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도 “우리팀은 경북권역에서 11경기를 뛰면서 단 3골만 내주며 전승했다.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는데 성장이 어딨겠느냐”고 말했다.
 한국 축구에 주말리그가 뿌리를 내린 것은 2006년부터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학원 축구에서 선수가 수업을 포기하고 운동에만 매달리는 현실을 바꾸자는 의미로 전국대회를 줄이고 권역별로 주말에 경기를 치르는 주말리그를 정착시켰다. 당시 주말리그 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최 감독은 “공부하는 축구 선수라는 취지는 좋지만, 지금 현실을 살펴보면 기량은 퇴보하고, 정작 공부하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축구계에선 주말리그도 프로축구처럼 승강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중·고교에서 긴 원정 거리를 부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2~3년치 성적을 감안해 상·하위 그룹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르자는 것이다. 그래야 실력이 있는 선수들은 경쟁 속에 성장하고, 축구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선수들을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
 대학들이 입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전국대회에도 칼을 대야 한다. 전국대회에서 강팀들끼리 부딪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회가 열리는 시기가 문제다. 한 여름 35도가 넘는 혹서기에 이틀 간격으로 최대 보름간 경기를 치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방학에만 전국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중간마다 선수들이 물을 마시는 워터 브레이크 등이 도입됐지만 서 있기도 힘든 날씨에 정상적인 기량을 보여주기는 불가능하다. 올해 전국 각지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선 5명의 선수가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다. 일각에선 야간 경기를 치르는 것을 해법으로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그 만한 시설을 갖춘 곳이 충분하지 않다.
 하석주 아주대 감독은 “좋은 날씨를 놔두고 왜 한 여름에 축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한축구협회가 문체부와 싸워서라도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황민국 기자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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