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몇 년 새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은 ‘내실 부족’이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과거 선수들을 키워내는 요람 역할을 해온 학원축구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반면, 그 빈 자리를 채울 것으로 기대했던 클럽축구는 편법 운영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석 장훈고 감독은 “학원축구가 약해지고 있는데, 우리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축구가 무너지는 것은 팀 운영과 선수 수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학원축구의 경우, 교육부 정책에 따라 합숙소가 폐지돼 외부에서 선수를 데려오기 힘들 뿐만 아니라 관내 전학 절차도 까다롭다.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으니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원축구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학교가 더 이상 운동부를 자랑거리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답답하기만 하다. 최건욱 영문고 감독은 “학교장들이 민원과 감사 대상인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축구부가 해체되는 학교들이 적잖다”고 귀띔했다. 최 감독도 1984년 창단한 전통의 안동고가 해체돼 지난해 선수들과 함께 영문고로 터전을 옮겼다.
 그래도 영문고는 학원축구라는 제도권 안에 안착했으니 다행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주변에서 사설 운동장을 빌려 클럽축구로 새 출발하기 일쑤다.
 문제는 클럽축구로 전환될 때 그 부담이 오롯이 학부모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클럽축구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도자 인건비와 운동장 사용료가 큰 항목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선수들에게 매달 부담되는 회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일이 다반사다.
 더 큰 문제는 클럽축구의 파행 운영으로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클럽축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선수들을 제자가 아닌 돈벌이 대상으로 간주해 축구선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선수들도 마구잡이로 끌어안고 있다. 일반 학교가 아닌 방통고를 다니게 하면서 “수업을 하지 않고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경우도 있다. 최 감독은 “해마다 고교 무대에서 프로에 입성해 성공하는 선수는 20명 안팎”이라며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어디로 가느냐”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향신문 황민국 기자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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