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는 11대11 싸움이 아니라 양쪽 국가 육성 시스템 간의 충돌이다.”
 A매치에서 맞붙은 양국를 평가할 때 쓰는 말이다. 해당국가 육성 시스템에 적응한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스페인전을 가정해보자. 한국은 뒤에서 수비하면서 부정확한 패스와 크로스, 부산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축구로 골을 노린다. 반면 스페인은 세밀한 쇼트패스로 한국진영을 잘게 썬 뒤 절묘한 슈팅으로 골을 뽑는다. 개인기를 배우지 못한 한국 어린 선수들은 조직력으로 버티는 ‘성적 지향형 축구’만 배웠고 스페인은 개인기를 배우면서 연령대별 리그에 참여하는 ‘성장 지향형 축구’를 한 결과다. 한국축구가 부진한 원인도 결국 국가대표팀이 아니라 육성 시스템에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아무와도 싸우지 않고 복지부동만 한다. 초등학교는 8대8 축구가 실시되고 중·고교에는 1·2부 승강제 및 1.5년 터울 연령대별리그가 실행돼야 한국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지도자, 학부모,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지도자는 밥그릇 유지를 위해 변화를 거부한다. 학부모는 자기 자녀만 중시할 뿐 합리적 학교팀 운영, 동료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 제공 등은 안중에 없다. 정부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어야한다는 명분에 갇혀 어린 선수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업결손을 막기 위해 방학 때만 전국대회를 허용한다. 어린 선수들은 땅이 꽁꽁 언 1,2월과 지열을 합해 섭씨 40도가 넘는 7,8월에 전국대회를 치른다. 전국대회 성적은 명문대 진학을 위한 기본 조건. 고교 선수들은 심각한 부상 위험과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몸을 던지고 있다. 또 현재 주말리그는 기량차가 큰 팀들이 지역우선원칙에 따라 같은 권역에 포함되면서 10골차 안팎 경기가 자주 나온다. 이용식 관동대교수는 “대승 팀, 대패 팀 모두 잃을 게 훨씬 많다”며 “성적과 지역을 감안해 고교축구에도 승강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표준화된 육성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학원, 클럽 지도자 대부분은 선수 시절 공부하지 않고 공만 찼다. 지도자가 돼서도 진학과 취업을 위해 대학, 프로·실업팀에 ‘로비’하느라 좋은 선수 육성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연령대별로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정리한 커리큘럼이다. 이걸 만들어 시행해야하는 게 축구협회다. 그러나 협회는 수입 감소 속에 긴축재정만 할 뿐 육성 시스템 연구에 소극적이다. 전 기술위원장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대학교 감독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게 무엇이냐’, 고등학교 감독은 ‘중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웠냐’며 모두 하급학교를 비판한다”며 “국내 모든 학생 선수들을 살리려면 통일된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단기간에 각급 대표팀 기량을 끌어올릴 방법은 프로산하 고교팀끼리 연령대별 리그를 운영하는 것이다. 프로팀은 1·2부를 통틀어 22개팀이며 그 아래 고교팀이 있다. 그곳에는 최고 유망주들이 거의 모여있다. 만일 1,2,3학년별로 구분된 리그에 참여한다면 이들은 기량이 비슷한 또래 선수들과 꾸준히 싸울 수 있다. 저학년이 경기경험 부족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해결된다. 고교 졸업, 대학 중퇴 후 프로로 가는 20세 전후 유망주들도 실전경험이 필요하다. 이용수 교수는 “20세 전후 프로 주전으로 뛰기 힘들다”며 “이들을 R리그(2군리그)에 의무적으로 출전하게 하면서 R리그를 K3리그(4부리그)에 편입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R리그는 1군에서 다친 선수들이 1군 재진입을 앞두고 치르는 각팀 간 평가전에 머물고 있다. 이용식 교수는 “육성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축구 수준은 절대 높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Posted by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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